퇴직적립금 제대로 계산하는 방법, 월급만 보면 틀립니다

얼마 전 지인이 퇴사하면서 회사에서 말한 퇴직적립금과 본인이 계산한 금액이 120만 원 넘게 차이 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온라인몰 가격 비교할 때 상품가만 보면 안 되고 배송비, 쿠폰 조건, 반품비까지 붙여 봐야 진짜 가격이 나오잖아요. 퇴직적립금도 비슷합니다. 월급에 근속연수만 곱하면 얼추 맞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평균임금, 상여금, 연차수당, 재직일수, 퇴직연금 유형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퇴직적립금은 내 통장에 쌓인 돈처럼 보면 안 됩니다
회사에서 말하는 퇴직적립금은 보통 직원이 퇴사할 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를 대비해 회계상 잡아두거나, 퇴직연금 계좌에 납입해둔 금액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표현이 꽤 헷갈립니다. 직원 입장에서는 “내 이름으로 적립된 돈이니까 그대로 받는 돈”처럼 들리지만, 실제 지급액은 법정 계산식과 회사의 퇴직급여제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법정 퇴직금 기준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입니다. 고용노동부 안내에서도 퇴직금은 1일 평균임금에 30일을 곱하고, 여기에 재직일수를 365일로 나눈 값을 다시 곱하는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식으로 쓰면 이렇습니다.
- 퇴직금 = 1일 평균임금 x 30일 x 재직일수 / 365
- 1일 평균임금 = 퇴직 전 3개월 임금총액 / 그 3개월의 총일수
여기서 포인트는 월급이 아니라 1일 평균임금입니다. 3개월이 89일인지, 90일인지, 92일인지에 따라 숫자가 바뀝니다. 쇼핑몰에서 같은 상품이라도 배송비 3,000원이 붙으면 최저가 순위가 바뀌는 것처럼, 퇴직금도 작은 기준 하나가 최종 금액을 흔듭니다.
계산할 때 먼저 확인할 4가지
퇴직적립금을 확인할 때는 회사가 알려준 총액부터 믿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MD가 원가표 볼 때 공급가, 판매가, 수수료, 쿠폰 부담 주체를 따로 보는 것처럼 항목을 쪼개야 합니다.
1.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지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합니다. 364일 근무와 365일 근무는 체감상 하루 차이지만, 지급 여부에서는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됩니다. 또 4주 평균으로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적용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2. 퇴직 전 3개월 임금총액이 맞는지
평균임금은 퇴직 사유가 생긴 날 이전 3개월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이때 기본급만 넣으면 부족합니다. 정기적으로 지급된 수당, 일부 상여금, 연차수당 반영 여부를 같이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실비 변상 성격의 금액이나 임금으로 보기 어려운 항목은 빠질 수 있습니다.
3. 평균임금과 통상임금 중 어느 쪽이 큰지
근로기준법 기준으로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퇴직 직전 3개월에 무급휴직이나 결근이 있어서 평균임금이 확 낮아졌다면 회사 계산서를 그대로 넘기면 손해가 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통상임금 기준으로 다시 비교해야 합니다.
4. 퇴직연금 유형이 DB인지 DC인지
DB형은 확정급여형이라 퇴직 시점의 임금과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받을 금액이 계산됩니다. DC형은 확정기여형이라 회사가 매년 임금총액의 일정 비율을 내 계좌에 넣고, 운용 결과가 내 몫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같은 회사, 같은 연봉이라도 제도 유형에 따라 체감 금액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시로 보면 차이가 빨리 보입니다
월급 300만 원, 재직기간 3년인 직원을 단순하게 보면 “300만 원 x 3년 = 900만 원쯤”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근데 실제 계산은 조금 다릅니다.
- 퇴직 전 3개월 임금총액: 900만 원
- 해당 기간 총일수: 92일
- 1일 평균임금: 약 97,826원
- 예상 퇴직금: 97,826원 x 30일 x 1,095일 / 365일
- 계산 결과: 약 880만 원
이번에는 같은 월급인데 퇴직 전 1년간 정기상여 240만 원이 있었고, 미사용 연차수당 일부가 평균임금에 반영되는 상황이라고 해봅시다. 그러면 3개월 임금총액에 들어가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여금은 보통 1년치를 전부 넣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분만 반영하는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연차수당도 발생 시점과 성격에 따라 달라져서, 회사 계산서에 어떤 항목이 들어갔는지 봐야 합니다.
제가 MD로 일할 때도 비슷한 일이 많았습니다. 판매가 29,900원 상품보다 31,900원 상품이 실제로는 더 싼 경우가 있었습니다. 앞의 상품은 배송비 3,000원에 반품비 6,000원, 뒤의 상품은 무료배송에 무료반품이었거든요. 퇴직적립금도 표시된 숫자만 보면 안 되고, 숫자가 만들어진 구조를 봐야 합니다.
회사 계산서에서 꼭 봐야 할 항목
퇴사 전에 받을 수 있다면 퇴직금 산정 내역이나 퇴직연금 부담금 납입 내역을 요청해 보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봐야 할 건 총액 하나가 아닙니다.
- 입사일과 퇴직일이 정확히 들어갔는지
- 재직일수가 맞게 계산됐는지
- 퇴직 전 3개월 임금 기간이 정확한지
- 기본급 외 수당이 빠지지 않았는지
- 정기상여금과 연차수당 반영 방식이 맞는지
-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낮은 상황은 아닌지
- DB형, DC형, IRP 이전 여부가 구분되어 있는지
퇴직금은 지급 사유가 생긴 날부터 14일 이내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고 당사자끼리 합의하면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지만, 그냥 회사 사정이라며 미루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 부분은 고용노동부 상담에서도 자주 확인되는 기준입니다.
퇴직적립금이 예상보다 적을 때 따져볼 부분
예상보다 금액이 적으면 감정적으로 바로 따지기보다 계산표를 먼저 맞춰보는 게 빠릅니다. 숫자는 감정보다 증거가 세니까요.
첫째, 퇴직일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 근무일과 퇴직일을 다르게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루 차이로 재직일수가 바뀌고, 1년 경계에 걸려 있으면 영향이 더 커집니다.
둘째, 3개월 임금총액에 빠진 항목이 있는지 봐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받은 직책수당, 식대가 임금 성격인지, 고정적으로 지급된 수당인지에 따라 계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급여명세서 항목명이 제각각이라 이름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셋째, DC형 퇴직연금이라면 운용손익을 봐야 합니다. 회사가 납입해야 할 돈을 제대로 넣었는지와, 내가 운용한 상품에서 손익이 났는지는 나눠서 봐야 합니다. 적립금이 적다고 해서 무조건 회사가 덜 낸 건 아닐 수 있습니다.
넷째, 중간정산 이력이 있으면 그 시점 이후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 예전에 주택 구입이나 전세금 같은 사유로 중간정산을 받았다면 전체 근속기간을 그대로 곱하면 당연히 금액이 부풀려집니다.
퇴직적립금은 이름 때문에 내 돈이 고정으로 어딘가에 쌓여 있는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계산 기준을 확인해야 정확해집니다. 쇼핑할 때도 최저가 딱지보다 최종 결제금액을 봐야 덜 당합니다. 퇴사할 때는 더 그렇습니다. 몇 년 일한 값이 걸린 돈이라, 급여명세서 3개월치와 퇴직연금 내역 정도는 마지막 장바구니 확인하듯 꼼꼼히 보는 편이 맞습니다.
